식물 키우기 경험이 자폐 스펙트럼 아동의 감각 통합에 미치는 효과

1. 감각 통합 문제를 가진 자폐 아동의 특성과 개입 필요성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Autism Spectrum Disorder)는 신경발달 장애의 일종으로,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의 어려움, 반복적인 행동 양상을 특징으로 한다. 이와 함께 감각 처리의 과민 또는 둔감과 같은 감각 통합(sensory integration) 문제는 ASD 아동에게 빈번히 관찰된다. 예를 들어, 특정 소리에 과도하게 반응하거나, 시각 자극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등의 행동은 감각 조절 능력의 결핍에서 기인한다. 이러한 감각 불균형은 일상생활 적응을 어렵게 하고, 또래 관계 형성이나 학습 참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감각 통합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중재는 ASD 아동의 전반적인 기능 향상을 위한 핵심 요소로 간주되며, 다양한 치료적 접근이 시도되어 왔다. 특히 최근에는 자연 기반 개입, 그중에서도 식물 키우기 활동이 감각 자극 제공의 도구로서 주목받고 있다. 감각 통합 치료는 작업치료사나 특수교사의 지도하에 이루어지며, 이때 식물 키우기는 인위적인 장치나 기계적 자극 없이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다양한 감각 체계를 동시에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교육적 잠재력을 가진다. 특히 식물은 예측 가능하고 위협적이지 않은 반응 특성을 지니고 있어, 감각 민감성이 높은 아동에게 부담 없는 자극 매개체로 적합하다. 이와 같은 자연 기반 자극 접근은 기존의 도구 중심 감각 통합 프로그램에 비해 심리적 저항이 적고 접근성이 높다는 이점이 있다.

 

2. 식물 키우기 활동의 감각 자극 제공 구조

식물 키우기 활동은 자폐 스펙트럼 아동에게 다양한 유형의 감각 자극을 구조화된 방식으로 제공한다. 시각적 자극으로는 식물의 색상, 형태, 성장 변화 등이 있으며, 촉각 자극은 흙을 만지거나 물을 주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후각 자극은 허브 식물이나 꽃의 향기를 통해 제공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감각 통로를 통합적으로 자극하는 활동은 감각 민감성에 따라 과도하거나 결핍된 반응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식물 키우기는 예측 가능한 자극(예: 물 주기, 관찰 루틴)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하므로, 감각 자극에 대한 점진적 노출을 통해 감각 조절 능력을 개선할 수 있다. 또한 식물의 반응이 느리고 급격한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감각 과부하에 민감한 ASD 아동에게 안정적인 감각 환경을 제공한다. 이러한 특성은 자극에 대한 부정적 반응을 줄이고, 새로운 감각 경험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식물과의 반복적인 상호작용은 아동의 주의 집중력과 감각 반응 속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시간에만 물을 주거나 잎의 상태를 관찰하는 활동은 시각적 주의력 및 시간 개념 형성에도 기여한다. 이러한 루틴 중심 활동은 감각 통합에 필요한 신경계의 반복 학습 기제를 강화한다. 특히 다양한 식물 유형을 순차적으로 경험하게 하면 감각 자극의 범위를 확장할 수 있으며, 자극에 대한 회복성과 적응력을 함께 향상시킬 수 있다.

3. 감각 자극과 정서 조절의 연계 효과

자폐 스펙트럼 아동의 감각 통합 문제는 종종 정서 조절 능력과 밀접한 관련을 보이며, 감각 자극이 정서 반응을 유발하거나 조절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행동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식물 키우기 활동은 감각 자극 제공뿐만 아니라 정서적 안정감을 유도하는 구조를 포함하고 있어, 감각-정서 통합을 지원하는 데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매일 식물에 물을 주는 행위는 반복적이고 일관된 루틴으로 작용하며, 이는 예측 가능한 일상 속에서 정서적 안정감을 확보하는 데 기여한다. 식물의 성장 변화를 관찰하는 경험은 성취감과 자기효능감을 유도하고, 이는 자존감 회복과 정서 조절 능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식물의 생장과 관련된 다양한 감각 자극은 신경계의 자극 수용성과 반응 패턴을 점진적으로 변화시킴으로써, 감정과 감각을 연결짓는 신경 발달 경로를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정서적 반응은 감각 경험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식물 키우기를 통한 성공 경험은 불안이나 과잉 반응을 완화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부 연구에서는 정서적 반응성이 높은 ASD 아동이 식물 키우기를 통해 좌절에 대한 내성(resilience)을 높였다는 사례도 보고되었다. 따라서 정서적 안정과 감각 자극이 통합적으로 제공되는 식물 키우기 활동은 감각 반응과 정서 행동 간 상호작용을 조절하는 데 효과적인 구조로 작동한다.

 

4. 교육적 적용과 프로그램 설계상의 고려사항

실제 특수교육 현장 및 치료 환경에서는 식물 키우기 활동이 자폐 아동의 감각 통합 훈련 프로그램에 통합되어 활용되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실내 텃밭, 교실 내 화분 배치, 허브 키우기 키트를 활용하여 아동이 직접 식물의 상태를 관찰하고 관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아동의 감각 반응을 관찰하고, 민감하거나 회피 반응이 강한 자극에는 점진적 노출 전략을 사용한다. 프로그램 설계 시 중요한 고려 요소는 첫째, 자극의 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 환경 구성이고, 둘째는 아동의 흥미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각적 피드백 구조이다. 식물이 자라는 과정은 즉각적인 반응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성장 일지나 사진 기록, 간단한 보상 체계를 도입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교사나 보호자는 아동의 감각 반응 변화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피드백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 효과를 객관화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식물 기반 활동이 감각 통합 훈련뿐 아니라 사회성 발달 및 의사소통 중재 프로그램과 결합될 수 있는 확장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는 아동 중심의 참여 기반 개입 방식이라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으며, 자율성과 주도성을 높일 수 있는 감각 통합 치료 도구로 재평가되고 있다.